답사와 여행(국내)/전라남도

진도(홍주)

케인스 2007. 5. 28. 18:29

 

                                      진도(홍주)

 

 

진도홍주(珍島紅酒) / 지방무형문화재 제26호

 

전국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진도 홍주는 그동안 민속주로서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해 오며 많은 애주가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진도 여행에서 처음 홍주를 맛보았습니다. 그 맛이 부드럽고 품격이 있어 취하도록 마시고 짧은 수면을 취하였으나 다음날 거뜬하였습니다. 진도에서는 홍주를 마시면 먼저 색갈에 취하고 또한 술맛에 취하고 그리고 진도의 소리에도 취하여 절로 흥이 일어남을 느꼈습니다.

 

홍주(紅酒)는 말 그대로 붉은 빛깔을 띠는 증류주입니다. 알콜도수가 40도가 넘는데도 맛이 좋고 뒤끝이 깨끗해서 명주(名酒)로 이름나 있습니다. 보리쌀과 누룩으로 빚은 홍주의 원액은 옹기로 만든 고조리('소줏고리' 또는 '고소리'라고도 부릅니다)를 이용해 증류시킵니다. 증류되어 나오는 맑은 술이 지초(芝草)를 통과하게 되면 지초에 함유된 약 성분이 술에 녹아들고 술 색깔도 선홍색으로 붉게 물들어집니다. 

 

                     

                       진도홍주 기능보유자 허화자 할머니    (사진자료:전라도닷컴)

  

[재료]

 

홍주는 예로부터 좋은 물, 좋은 쌀, 좋은 누룩, 좋은 질그릇, 정성, 불의 온도 등 6가지와 좋은 지초를 합하여 7재(七材)가 어우러져야만 제맛이 나는 것이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약초(藥草)인 지초(芝草)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지초(芝草)는 진도의 일반 가정에서도 상비해 두었다가 체했을 때나, 피부질환이 생겼을 때 먹거나 환부에 발라 치료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초가 지금은 주로 홍주(紅酒)를 만드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진도의 지초가 품귀 현상을 빚어 지리산 또는 강원도 등 큰 산에서 나온 것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외지(外地)의 지초가 아무리 굵고 길어도 홍주를 한번 만들고 나면 그 다음은 전혀 색소가 나타나지 않는데 반해, 진도 지초는 뿌리가 작아도 3번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왜 진도산이 그처럼 특별한지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초는 음력 8월에서 1월까지의 지초가 좋은데, 설이 지난 뒤로는 색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초는 뿌리를 쓰는데 진도 것이 좋다고 하며 당분이 있기에 벌레가 끓어 보관에 신경을 써야 한답니다. 공기가 안나가게 봉해서 방에 두며, 4월에 볕에 말립니다.

 

                    
                                지초의 꽃                                                   지초의 뿌리

 

지초(芝草)

 

지초는 놀랄 만큼 훌륭한 약초다. 아마 단방으로 쓸 수 있는 약재 중에서 지초만큼 높은 약효를 지닌 약초는 달리 없을 것이다. 민간에서 오래 묵은 지초는 산삼에 못지 않은 신비로운 약초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지초는 지치, 자초(紫草), 지혈(芝血), 자근(紫根), 자지(紫芝)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나라 각지의 산과 들판의 양지 바른 풀밭에 나는데 예전에는 들에서도 흔했지만 요즘은 깊은 산 속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해졌다. 지초는 뿌리가 보랏빛을 띤다. 그래서 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굵은 보랏빛 뿌리가 땅속을 나사처럼 파고 들면서 자라는데 오래 묵은 것일수록 보랏빛이 더 짙다. 잎과 줄기 전체에 흰빛의 거친 털이 빽빽하게 나 있고 잎은 잎자루가 없는 피침 꼴로 돌려나기로 난다. 꽃은 5∼6월부터 7∼8월까지 흰빛으로 피고 씨앗은 꽃이 지고 난 뒤에 하얗게 달린다.

지초는 약성이 차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지초는 암 치료에 성약(聖藥)이다. 강한 거악생신작용과 소염, 살균작용으로 암세포를 녹여 없애고 새살이 돋아 나오게 한다.

 

 

                                 

                                                             지초(芝草)             (사진자료)

 

 

지초는 약성이 다양하다. 술로 담가서 늘 마시면 정력이 놀랄 만큼 좋아지고 살을 빼는 데도 지초를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지초를 먹으면 포만감이 있어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으며 살이 웬만큼 빠지고 나서는 다시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지초는 해독 효과도 뛰어나다. 갖가지 약물 중독·항생제 중독·중금속 중독·농약 중독·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지초를 먹이면 신기할 정도로 빨리 독이 풀린다. 또 강심작용이 탁월하여 잘 놀라는 사람, 심장병 환자, 악성빈혈 환자에게도 효과가 크다.   <토종약초장수법 최진규님의 글 중에서>

          

  [제조방법]

 

홍주를 생산하는 달은 음력 3월 ~4월과 8월~ 9월이 제일 좋은데, 술맛이 좋고 술이 잘된다고 합니다. 홍주의 재료는 누룩 ,쌀 ,보리 ,지초 등이며 만드는 과정은 누룩의 제조, 담금 및 발효, 증류의 3단계입니다. 쌀과 누룩으로 청주를 만들고 청주를 소줏고리에 넣어 소주를 내리면 된다. 누룩은 보리누룩을 쌀은 멥쌀을 주로 쓰는데 그는 보리누룩은 방에서 고이 말린다고 합니다. 재료를 혼합해 겨울에는 한달을, 봄에는 20일 정도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청주 두 말에서 만들어지는 홍주는 일곱 되나 일곱 되 반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고조리에서 증류주로 빠져 나오는 데는 대략 6 ~ 7시간 정도 걸리며, 내릴 때는 장작불이 좋은데 장작으로는 소나무나 잣나무가 좋다고 합니다. 대나무 구멍을 타고 내린 증류주가 단지에 광목으로 쌓아 놓은 지초를 통과하면서 색을 내게됩니다. 지초는 1근이면 두번 정도 쓰는데 한번 쓰면 버리지 않고  2 ~ 3회 새 지초와 번갈아 가면서 쓴다고 합니다. 증류한 술은 여과지로 걸러서 술병에 담아 바람이 잘 통하면서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저장하고, 이렇게 얻어낸 술의 알코올 도수는 약 40∼43도 정도된다고 합니다. 추운 지방도 아닌 따뜻한 지방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를 만들고 즐기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고조리와 허화자 할머니 (사진자료)  

 

  

[유래]

 

진도 홍주는 삼별초를 토벌하러 온 몽고인들이 그 비법을 전했다고도 하고 연산군때 이주(李胄)가 유배오면서 전래했다고 하나 확인할 수 없습다. 또 임해군의 처조카인 허대가 빚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광해군 즉위 이후 임해군이 진도로 유배를 가자 허대가 뒤를 따랐지만 임해군은 강화도로 발길을 돌렸고, 허대는 그대로 진도에 남아 양천허씨 가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또한 세조 때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였던 허종(許琮)의 부인인 청주 한씨가 홍주의 비법을 알고 있었으며, 그의 후손들이 홍주의 비법을 전수 받고 지금의 진도지방에 정착하였다고 전해지고도 있습니다. 한씨 부인이 술을 빚을 때 사용하던 고조리(소줏고리)는 후손들에게까지 대물림을 하여 사용되다가 일제강점기 때에 이르러 옛 고조리를 모방한 여러 다른 고조리가 사용되었다고 허씨 문중에서는 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진도홍주는 고려 때 중국 원나라에서 들어왔다는 소주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삼별초를 토벌하러 온 몽고인들이 홍주(紅酒) 내리는 비법을 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주장을 하지만, 재료로 쓰이는 지초(芝草)는 황폐한 몽고땅에서 재배가 힘들기 때문에 생약(生藥)을 활용한 홍주를 전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려 후기 이후 우리 선인들은 어느 지방에서나 한주, 백주라 하여 소주를 제조하여 마셔왔습니다. 원래 소주는 조정에서만 사용하였으나 차츰 서민층에 대중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주에 약제를 가미하는 지혜가 생겼고, 약소주 또는 한소주로 발전되어 지방마다 특색있는 유명한 술을 낳게 된 것입니다. 진도홍주 역시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져 토속 명주로 발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도 진도에는 진도홍주의 맥을 잇는 곳으로 인정받은 양천허씨 11대손인 허화자 할머니는 일흔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홍주를 빗고 있습니다. 진도읍 쌍정리의 허화자 할머니댁에서는 전통방식의 홍주 제조과정도 볼 수 있고, 정성 들여 빚은 홍주를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고조리로 홍주를 내리는 허화자 할머니     (사진자료)                     

 

 

  

[특징]

 

신경통, 위장병, 설사, 복통, 해독, 급체, 변비, 청혈 등에 좋다는 진도홍주는 소화를 도와 식욕을 왕성하게 하고, 알콜 40% 이상의 도수가 높은 술인데 목 안에 큰 자극을 주지 않고 적은 양으로도 취기를 느끼게 하며 숙취가 없고 칵테일을 할 수 있는 효능과 특징이 있습니다.

 

진도홍주는 해방 전까지는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 일반적으로 제조되어 왔으나 이후 주류단속이 심하자 부잣집보다는 생활이 어려운 부녀자들이 생계수단으로 은밀히 제조하여 그 비법이 전승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진도군에서 홍주를 빚는 개인과 술 공장은 수십 군데나 되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홍주를 빚는 사람은 허화자 할머니가 그 기능을 인정받아 전라남도에 의해 1994년 12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되었으며, 1993년 창립한 진도전통홍주보존회에서 보존, 개발, 산업화하여 기능보유자에 의해 전승되고 있습니다.

 

[진품 구별법]

 

     1) 종이컵에 따르면 컵에 색이 베어들며 지초 찌꺼기가 가라 앉습니다.
     2) 일반 장판에 진도 홍주를 떨어트렸을 때 색이 장판에 흡수되어 지워지지 안아야 합니다.
     3) 잘 숙성되지 않은 홍주나 색소를 탄 홍주는 음주 후 머리가 아픕니다
     4) 술 색의 변화가 없으면 진품이 아닙니다.
              - 처음 내렸을 때 홍주색 -> 붉은 홍실색
              - 보름 정도가 지난 홍주 -> 서서히 흑갈색을 띠게 됩니다.
              - 5 년 정도가 지난 홍주  -> 약간의 찌꺼기와 진한 흑갈색을 띱니다.
     5) 계란 흰자와 진도 홍주를 혼합 시 --> 푸른색을 띠며 잘 섞여야 합니다.

 

 

 

 

2007.04.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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